자칭 미니멀리스트 minstack.
미니멀라이프 관련 책은 전부 사고 보는
패션 미니멀, 맥시멀리스트이다.
코로나 이전의 미니멀리스트 붐이 사그라드는 와중에,
이제 코로나 money injection으로 이연했던
경기침체가 오려나.
슬금슬금 미니멀리즘 신간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번엔
『 미니멀리즘적 쾌락주의 』 by 제이한
리프레시. 2025년 7월 발행. 16,800원. 187page.

쾌락주의에 대한 철저한 오해
미니멀리즘이란 제목에 불나방처럼 끌려 책을 샀지만,
막상 주제는 고대 에피쿠로스 철학이다.
스토아주의, 세네카 책들을 읽으며
항상 운명에 대한 엄숙주의, 고통 감내, 미덕 추구와
대립하는 이론으로 잠깐 책에서 스치고 지나갔던
에피쿠로스 학파.
그동안 ‘쾌락주의’ 하면
YOLO, 플렉스, 감각적 쾌락, 현재에 집중하라는 식으로 오해했다.
하지만 에피쿠로스 학파의 쾌락은 이들과는 거리가 먼 것이 아니라
대척점에 있다.
일단 쾌락주의.
용어부터가 심각한 문제인데,
쾌락이라고 어떤 새끼가 번역해 놓은 거냐?

쾌락의 핵심은 ataraxia, 즉 영혼의 평정에 있다. - p37
가장 큰 쾌락은 고통이 없고, 마음이 동요하지 않는 상태이다 - p83
오히려 욕망을 줄이는 것, 필요한 만큼만 소유하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기쁨을 찾는 것. -p19
‘쾌락’이라 번역된 그리스어는 사실 ‘영혼의 평정’(ataraxia)에 가깝다.
쾌락은 무언가 좋은 것의 '존재'가 아닌, 좋지 않은 것의 '부재'다.
'욕망이 없고' 고요하고 차분한 상태에서 오는 ataraxia가 본질이다.
차라리 '평정주의'라고 했으면.에피쿠로스 형님 그동안 죄송했습니다.
삶의 기쁨은 얼마나 많이 갖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적게 필요로 하는가에 달려 있다.
- 더 벌기 위해 더 일하지 않아도 되고,
- 더 인정받기 위해 더 설명하지 않아도 되며,
- 더 편하기 위해 더 복잡해지지 않아도 된다. -p52, 53
인간이 평온함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욕망들을 '자발적으로 포기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 p51
단순히 물건뿐만 아니라 자연적이지만 '불필요한 욕망'까지도 버린 상태에서 느끼는 것이 쾌락인 것이다.
실로 미니멀리즘의 상위호환이라 할 수 있겠다.

노자와 장자 '무위' 사상의 무위 개념과 일견 유사하고
불교의 '열반', '무욕'과도 닿아있다.
한편 스토아주의에서도 '검소한 삶' 이런 내용을 강조했는데,
어쩌다 에피쿠로스 학파와 스토아학파가 대립을 한 것인가?
에피쿠로스 vs 스토아 - 사회와 고통에 대한 태도
삶은 고통의 연속이어야 하는가? 고통을 견디는 것만이 성숙한 것인가? -p30
그 고통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말라. 그것이 진짜 필요한 관계인지 다시 묻는 것이 더 철학적이다 - p31
에피쿠로스학파는 고통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과 욕망을 피하고,
내면의 평화를 위해 ‘진짜 필요한 관계’를 끊임없이 묻는다.
고통을 견디는 것이 미덕이 아니라,
고통에서 벗어난 ‘마음의 평정’(ataraxia)을 추구한다.
반면 스토아주의는 고통과 역경이 삶의 일부라고 받아들인다.
이를 이성으로 견뎌내는 것이 성숙한 삶이며,
‘아파테이아(apatheia)’(감정의 동요로부터 자유로움)가 궁극적 덕이다.
요컨대,
- 에피쿠로스는 ‘내면에서 평화를 찾자’며 은둔과 회피형 마인드를
- 스토아는 ‘고통 속에서 단련하자’며 감정 절제형 마인드를 갖는다.
K-조선과 철학: 스토아주의 Win
K-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스토아주의가 더 잘 맞다.
‘사회=고통’인 현실에서 스토아는 “그냥 참고 견디라”는 엄숙주의 역할을 한다.
이 고통은 개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 문제라 하더라도,
현실 변화 대신 ‘각자도생’ 정신 방패로 기능한다.
에피쿠로스적 쾌락주의는 내면의 평화를 추구하지만,
이 사회는 내면의 불화로 굴러간다.
‘에피쿠로스 따르는 척’하면 이탈자로 낙인찍힌다.
요컨대 에피쿠로스 학파는 실용성이 후달린다.
몰래 해야 할 쾌락주의
책에서 삶의 질을 갉아먹는 욕망은:
- 권력에 대한 욕망
- 끝없는 명예와 명성
- 지배하고자 하는 욕구
- 남보다 앞서고 싶은 경쟁심
- 누군가를 통제하거나 소유하려는 욕망
장관 후보자 청문회, 낙마 과정을 보면 딱 이 5가지가 보인다.
하지만 우리 같은 하루살이 조선게 중생들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다.
하방 뚫린 K-조선 오징어게임 안에서 생존 프로토콜이 저런 양태로 드러난 것일 뿐.
본질은 '생존에 대한 두려움'이다.
책에서는 불안, 두려움, 비교심을 버리라 하지만,
이는 기본적인 하방(안전판)이 있을 때나 얘기이다.
K-조선은 철학 부재 속,
레밍무리의 동태를 모니터링하는 비교,
레밍무리에서 뒤쳐지면 두려움,
레밍무리를 앞서가면 불안.
이 셋이 오히려 변태적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핵심 메커니즘이다.
레밍끼리 이탈자를 1차원적 방법으로
상위 위계까지 가지도 않고
'회유와 처벌'하는
실로 자가발전적 효율적인 사회이다.
에피쿠로스적 고통회피는 '회유와 처벌' 명분이 되고,
그 정당성은 폰지 사기식 지연된 보상을 기다리는
'스토아적 고통감내'에 기대고 있는 것.
제이한 성님.
필명이라 누군지는 모르겠지만은,
한동안 세상에 치여 잊고 있었던 미니멀리즘을
상위호환 개념으로 재무장시켜 준 고마운 책이다.
경제적 자유만 있다면 나도 에피쿠로스를 따르고 싶다.
패션 미니멀리즘이 아닌 진짜 쾌락주의로.
금융업이란 쩐주들에게
에피쿠로스적 쾌락을 박탈당하는 대신
'깽값'을 받는 시스템이 아닐까.
아직은 돈 벌어야 하기에
혼자서 은밀하게 『 미니멀리즘적 쾌락주의 』를 연습하며
그날을 기다린다.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48136804
미니멀리즘적 쾌락주의 - 예스24
욕망은 우리를 움직이게 만들지만, 동시에 지치게도 한다. 더 많이 소유하고, 더 높이 올라가며, 더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삶의 추진력이 되지만, 그 끝없는 갈망은 결국 불안과 피로를 남긴다.
www.ye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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