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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5] 채권시장 데이터, 시작부터 꼬이는 구조적 난제

minstack 2025. 8. 27. 19:00

채권을 가지고 분석이든 업무자동화든 뭐라도 하려면 가장 먼저 필요한 게 있다.
바로 일자별 금리 시계열 데이터 확보이다.

 

그런데 막상 이걸 제대로 구축하려고 들여다보면,

상상이상으로 훨씬 골치가 아프다.

이에 채권시장이 뉴비입장에서 대단한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나같은 사람도 얼추 이 바닥에서 이런 짓 하면서

아직은 밥벌이하고 살고있는 모양.


주식은 단순하다

주식은 "발행사 하나 = 종목 하나 + 하나의 좌표계"라 단순하다.

종목이 많아봐야 기껏해야 우선주 정도?

그리고 상장폐지만 되지 않으면 하나의 코드로 끝까지 간다.

 

주식은 investing.com 이고 어디고 손쉽게 그래프 및 시계열 historical data 확보 가능.

활발한 거래로 일별 ohlcv데이터 정도는 누구나 손쉽게 구할 수 있다.


채권은 복잡하다

채권은 얘기가 다르다.
"발행사 하나 = 수많은 종목 + 시간에 따라 흘러가는 좌표계"이다.

이에 아래와 같은 난감한 특징이 데이터 파악을 어렵게 한다.

  • 주식에 비해 시간축 차원이 하나 더 있다: 종목마다 발행일과 만기일이 있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잔존만기가 매일 변함.
  • 종목별로 시계열 상 새로 생겼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 유동성이 극히 부족해서 장내시장은 거의 죽어있고, 장외시장(OTC market)도 호가가 거의 없다.
  • 이 시장에서 살아있는 종목만 3만 건 이상.

그래서 “오늘 삼성전자 주가 얼마냐?”는 단순한 질문이 채권 쪽에서는 “HD현대오일뱅크 채권 금리가 얼마냐?”로 바뀌는 순간, 누구나 벙찔 수밖에 없다.
(참고: 삼성전자는 채권발행 안 함)


사례 1: HD 현대오일뱅크

채권시장 단골손님 HD현대오일뱅크(AA-) 형님의 예시.

 

HD현대오일뱅크만 해도 현재 살아있는 채권 종목이 34건이나 된다.

“그럼 HD현대오일뱅크 3년물 금리가 얼마야?”라고 물어보면,
대충 2028년 8월 25일에 만기가 근접한 종목 금리를 가져올 수는 있겠다.
하지만 내일이 되면 그 종목은 3년물이 아니라 2년 364일 물이 되어버린다.
즉, 좌표계가 매일 변하는 셈이다.

 

여하튼 짱구를 잘 굴리면 어거지로 매일 일자별로 잔존만기별 금리를 보간(interpolation)하여, 만기구간(Tenor)별 금리를 근사할 수는 있겠다.


사례 2 : SPC삼립

작년 5월에 처음으로 채권시장에 문을 두드린 우리의 제과점 SPC삼립(A+).

 

SPC삼립은 작년에 3년 만기로 종목 딱 한번 발행했을 뿐이다.

이처럼 발행종목이 단 하나뿐이면? 

보간 자체도 불가능하다.


설상가상, 거래도 안 된다

이런 기술적인 문제보다 더 골치 아픈 현실이 있다.

문제는 종목 대부분이 거래 자체가 안된다는 점이다.

  • 수만 종목 중에 하루에 실제로 거래되는 건 겨우 몇백 종목 수준. 그나마 국고채 통안채 지표물 정도.
  • 특정 발행사 종목은 1년 내내 거래 안 되는 경우도 있음

결국 시장에서 형성되는 금리 정보가 턱없이 부족하다.

보간을 하려 해도 근본이 되는 체결 데이터자체가 거의 없다.


그래서 자산평가사가 대신해줌

결국 시장에서 관측되는 것은 한 줌도 안 되는 거래내역뿐이다.

자산평가사 (현재 5개사)가 장중에 몇 안 되는 체결내역을 섹터별 / 테너별로 집계(aggregate)해서, 

"오늘 회사채 AA-등급 종목 3년 구간 금리가 대충 +2.5bp 움직였다" 

정도로 뽑아낸다.

발행사별 단으로 가면 거래내역이 턱없이 부족하여, 얼추 신용등급별 정도로 반영.

 

수백 건의 거래 정보를 기초로 수만 종목에 달하는 모든 채권의 당일 금리를 산출한다.

그리고 섹터별 / 테너별로 당일 대표 금리를 공시하고,

시장 참가자들은 일단 오늘의 금리는 이 정도인 것으로 대충 합의하는 것이다.

 

한국 채권시장에서만 섹터별 / 테너별로 매일 약 700개의 숫자가 나온다. 

종목별은 당연히 수만 개일 거고.

그래서 시작부터 어렵다.

 

일단 이 700개의 숫자를 민평*표 / 시가표 / 시가평가수익률 등으로 부르는데

아래 사이트에서 매일 공시는 되고 있다.

* 민평: 복수의 간시가평가기관에서 평가한 금리의 균.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 - 시가평가 - 채권시가평가수익률 탭 참조.

 

https://www.kofiabond.or.kr/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

 

www.kofiabond.or.kr

 

2025.08.25 시가평가기준수익률. 숫자 688개임.


결론: 시가평가기준수익률이 금리 시계열의 시작

채권 금리는 주식처럼 단순히 “종가” 하나로 끝나는 데이터가 아니다.

  • 종목 구조가 복잡하고,
  • 잔존만기가 매일 바뀌고,
  • 거래는 거의 없고,
  • 그래서 자산평가사가 매일 대신 금리를 만들어낸다.
  • 만들어준 금리도 하루에 약 700개

평가사에서 어련히 시장을 잘 파악해서 각 섹터 / Tenor별로 금리를 잘 반영해줬겠냐 싶겠지만, 어느 정도 실제 시장과는 차이가 있는 근사치라는 것은 감안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개인이 전체 종목을 직접 보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채권시장 데이터 분석의 시작은 이 민평표 / 시가표에서 시작한다.

 

 


 

원래는 이번 글에서 시가평가금리를 SQL 테이블에 어떤 구조로 적재해야 할 지에 대해 다루려 했는데, 서론을 쓰다 보니 이거 하나로 글이 다 나와버렸다.

 

다음 글에서는 이 시가평가금리를 어떻게 적재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 본격적으로 싸질러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