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단상 4] minstack 복귀

minstack 2026. 3. 21. 21:06

두세 달 블로그 쉬었나 싶었는데,
오랜만에 들어와 보니 마지막 글이 2025년 8월 28일이네.
반년이 넘는 시간이 증발해 버렸다.

 

소소하게 똥글을 싸다가 잠적했던 이유는 단순하지만 무거웠다.

 

도게자가 통하지 않는 세계로의 전향

작년 9월부터 포지션이 바뀌었다.

PnL 계산하고 데이터 관리하며 업무 자동화나 하던 미들(Middle)에서,

실제 매수/매도 버튼을 갈기는 프론트(Front)로 넘어왔다.


미들 업무야 실수를 하면 도게자를 박고 복구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트레이딩의 세계는 냉혹했다.

찰나의 실수는 '죄송합니다'가 아니라 최소 수백, 수천만 원의 처참한 PnL 손실로 돌아왔고,

시장은 내 초보적인 실수를 결코 놓치지 않았다.

 

퇴근 후 집구석에 앉아 한가하게 똥글이나 싸지를 멘탈이 아니었다.

트레이딩 관련 툴 세팅과 손실을 줄이기 위한 (답은 없지만) 시장에 대한 고민이 내 일상을 완전히 잠식했다.

 

Vibe Coding이 가져온 기술적 허무주의

블로그를 접었던 또 다른 이유는 근본적인 회의감이었다.

작년 한 해 동안 채권 데이터를 가지고 엑셀, 파이썬, SQL을 엮어가며 힘겹게 세팅했던 내 '기술'들이 어느새 AI '딸깍' 한 번에 나오는 시대가 도래했다.

밤새워 모듈 만들었다고 자랑질하던 똥글들을 다시 보니 이불킥 수준이다.

 

2026년 이 찬란한 시기에

어떤 바보가 엑셀에 SQL 연결하겠다고 삽질을 하겠는가?

https://minstack.tistory.com/23

 

[초고급엑셀 3] RunQuery 한 줄이면 끝! 엑셀로 실시간 SQL 쿼리 실행하기

python으로 못하는 것은 없다만,업무 자동화 영역에서 엑셀은 여전히 강력한 도구다. 데이터 가공 및 시각화에는 엑셀이 가공과 수정이 쉬워 python보다 훨씬 공수가 적게 든다.특히 버튼 하나만 누

minstack.tistory.com

 

이제는 AI가 2분 만에 뱉어내는 딸깍 코드가 내가 반 년동안 깎은 로직보다 정교하다.

정보로써 가치가 사라진 글을 배설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

Antigravity 딸깍

 


그럼에도, AI 디톡스

그럼에도 다시 돌아오려고 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AI에 대한 초의존성' 때문이다.
지난 반년간 AI와 협업하며 많은 성과를 냈다고 자평하지만,

정작 책 한 권 제대로 읽지 못하고 AI가 요약해 준 정보만 핥고 있는 내 모습에 현타가 왔다.

 

이건 일종의 AI 디톡스이다.
AI가 잘하는 것은 이미 알려진 공개 정보의 재가공일 뿐이다.


공개되지 않은 데이터, 그리고 그 파편들을 창의적으로 결합하는,
휴먼으로써 이제는 얼마 남지 않은 좁디좁은 알파(Alpha)의 영역.